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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열풍과 보릿고개

이준희 | 기사입력 2020/08/13 [10:46]

트롯 열풍과 보릿고개

이준희 | 입력 : 2020/08/13 [10:46]

 

 

 

▲ 한국 군사 문제연구원 이준희 전문연구위원



 

요즘 대한민국은 트롯 열풍이 세차게 부는 정도를 넘어 신드름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성인가요인 트롯은 본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나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젓가락 장단에 맞춰 막걸리 한 잔씩을 나눠 마시고 구슬픈 곡조인 일명 뽕짝을 부르면서 트롯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트롯은 종편 방송의 경연대회를 통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노년층은 물론 젊은 층들의 참여와 관심이 고조되면서 시청률이 마의 벽이라고 했던 10%대를 훌쩍 넘는 것은 물론 30%까지 진입하였다. 이 정도면 대중이 트롯을 애창하고 사랑하는 트로트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일반 서민들의 정서에 잘 맞아떨어지는 4박자의 흥겨운 곡조인 트롯은 우선 따라부르기 쉽고 가사내용이 애절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흘러간 세월을 그리워하는 내용이기에 열광(熱狂)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지어는 일부가수들을 중심으로 트롯 세계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영화 기생충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비결이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트로트 가락이 한국인 정서를 대변하듯이 전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여 공감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트롯 경연대회에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4정동원 군보릿고개라는 노래를 나이에 걸 맞지 않게 맛깔나게 불음으로써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 이 곡은 20년 전에 가수 진성씨가 굶주리고 배고팠던 시절을 연상, 직접 작사하여 부른 노래이다. 그런데 정군이 노랫가사의 내용처럼 보릿고개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을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더 경이로우노랫말 보릿고개에 담긴 의미를 되새게 보게 된.

 

 

보릿고개(麥嶺)한 해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은 농민이 걷은 수확물로 소작료, 빚 또는 그 이자, 세금, 각종 비용 등을 모두 지급하고 남은 식량으로 초여름 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버티기 어려워 풀뿌리와 나무껍질草根木皮등으로 끼니를 잇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였다. 이처럼 보리란 기아를 상징하는 곡물이었고 보릿고개란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농촌의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울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담을 말씀하시는 어른들이 계시는데 "이놈아 너희는 보릿고개를 아느냐?“하시면서 배고품 철학까지 통달하여 달관의 경지를 자랑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인도 어린시절 기억을 돌이켜보면 시골에서 소를 몰고 산으로 올라가 배가고프면 소나무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수액을 마시는 초근목피(草根木皮)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트롯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여러 가지 이유중에서 1950년대 중후반 출생한 베이비 붐 세대가 대한민국의 주류세대로 등장한 것과 관련성이 깊다고 본다. 베이비 붐 세대는 비록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6.25종식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부모님들로부터 전쟁의 참혹함과 이산가족의 애환을 귀가 따갑게 들었고 허기지고 굶주림의 고통도 직·간접으로 체험함으로써 보릿고개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가장 잘 맞는 노래는 두말할 것 없이 일명 뽕짝이라고 불리는 트로트라 하겠다. 젊은 래퍼들이 부르는 랩은 따라 부르기도 어려워 감흥이 쉽게 오지않는 것도 트롯에 열광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 하겠다.

 

트롯의 열풍을 통해 우리가 주지해야 하는 것은 트로트 가락이 일반 서민들의 힘들고 어려움을 달래주면서도 6.25 전쟁의 참혹함에서 벗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게하는데 하는데 촉매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신나고 흥겨운 트롯가요를 들으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로 도약하였고 반도체, 조선, IT 강국이 되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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