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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00세 시대 올바른 삶> 어른들에게 배운 지혜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시소사지회 경로부장

장상옥 | 기사입력 2022/11/08 [06:58]

<특별기고-100세 시대 올바른 삶> 어른들에게 배운 지혜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시소사지회 경로부장

장상옥 | 입력 : 2022/11/08 [06:58]

▲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시소사지회 경로부장



노인복지의 현장에서 노인들과 생활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연세에 비해 젊은 사고방식으로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 어른들에겐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0세가 넘으신 어른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 어른들이 사시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 어른들에겐 한결같이 남과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첫 번째로 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품위 있게 말을 하는 어른들은 어디서나 존경을 받았고 매사가 아주 긍정적이었다. 

그런 분들은 나름대로의 정체성이 분명했으며 자신의 처지에 대해 대부분 당당했다. 94세의 어른과 식사를 하면서 필자가 물은 적이 있었다. “언제 뵈도 어떻게 그렇게 모습이 편안하고 항상 웃는 얼굴이세요?” 

“그래요, 이선생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화낼 만한 일이 거의 없었어요, 화낸다고 안 되는 일이 잘 되는 법이 없거든! 오히려 화를 내면 일을 그르치게 할 뿐이었지, 화를 안 내니 남들과 다툴 이유도 없었지,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구한테나 함부로 말하지 않았어요. 늘 말을 조심했지! 그러나 보니 얼굴 붉힐 일이 전혀 없었어요”

 

생각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과정에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긍정적인 것으로 채울 것인가, 부정적인 것으로 채울 것인가, 선으로 채울 것인가, 악으로 채울 것인가가 그 사람의 인격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머리로 생각한 것을 거르지 못하고 바로 입으로 말해 버리기 때문에 말로 인한 갈등이 생겨나고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한다. 

 

두 번째로 어디를 가던지 대접받는 어른들은 남.녀 구분 없이 옷을 잘 입는 분들이었다.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고 아무런 옷이나 그냥 걸치고 사는 노인들을 구질구질하다고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고 근처에 잘 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좀처럼 티가 나지 않았지만 노인들이 찢어진 청바지, 이상한 T셔츠를 입으면 노숙자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본다.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에 오시는 노인들을 보면 옷을 제대로 입는 분들이 주로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고 누구든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어느 모임에서 “늙어갈수록 옷을 잘 입자”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던 중 어느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 “양복이나 예쁜 한복을 입고가다 길에 쓰러지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달려와 응급조치를 하는데 어수룩하게 입고가다 길에 쓰러지면 노숙자가 쓰러졌다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모든 수강자들이 폭소를 터트렸던 일이 있었다.  

 

세 번째로 매사에 자신이 있는 어른들은 봉사를 많이 하는 분들이었다.

노인들에게 있어 자원봉사는 후반기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지 결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필자와 함께 10여년을 지역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봉사클럽에서 함께한 한 어른은 ”자원봉사는 내 삶에 있어서 행복을 불러오는 마중물이다“는 말씀을 하셔서 같은 봉사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고 그 봉사클럽의 지도자 역할을 한 사례가 있었다.  

 

두 아들과 자상한 남편을 둔 어떤 부인이 있었다.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행복하기만 했던 그 가정에 불운이 닥쳐 왔다. 가족여행을 하던 중 큰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과 작은아들을 졸지에 잃게 되었다. 자연히 큰아들은 그 부인에게는 삶의 전부였다. 큰아들이 군대를 가게 되었고 그 금쪽같던 큰아들이 작전 중에 전사하고 말았다. 이 부인은 정신이 나갔고 폐인이 되어 길거리를 배회하던 중 그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신부님이 부인을 설득하여 정박아를 돌보는 시설에 보낸다. 처음에는 이 부인이 먼 하늘만 쳐다보고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고 있다가  수녀들이 바쁘게 정박아들을 보살피는 것을 보고 조금씩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빨래하고 정박아들의 용변을 치우다 보니 저녁에는 지쳐 쓰러져 잠을 잤다. 

어느덧 일 년이 지났는데 그 부인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몸이 건강해지고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치료되고 몇 년 안 가 그 부인은 세상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변했더라는 어느 교장선생님 출신의 어르신이 들려준 이야기다. 

”이선생 앞으로 살면서 힘든 일을 만나면 이 부인을 생각하게!“ 

 

나에게 있어서 어르신들은 도서관이었다. 말로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정 반대였다. 어르신들에게서 세상을 살면서 깨우쳐야 할 지혜를 배웠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귀한 가르침을 받았다. 

어느 때인가부터 평소 내가 가지고 다니는 명함 뒷면에 ”우리 가정이 이만큼 행복한 것은 부모님의 은혜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피와 땀으로 후손들을 가르치고 이 나라를 지켜온 어르신들의 덕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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