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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의 향기를 가슴에 담다....부산ㆍ경주ㆍ대구지역 문학관, 유적지 탐방기

임병량 | 기사입력 2022/11/20 [07:50]

국보의 향기를 가슴에 담다....부산ㆍ경주ㆍ대구지역 문학관, 유적지 탐방기

임병량 | 입력 : 2022/11/20 [07:50]

▲ 대구 계산성당에서

 

▲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서

 

▲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내 마음이 방전되어 가던 시기에 문학기행은 행운이었다. 여행은 내 몸을 충전해 주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지만, 건강과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문학기행은 생애 첫나들이라 설렜다.

 

  월간 국보문학 제16회, 제97회 낭송회 2박 3일의 여행은 부산ㆍ경주ㆍ대구지역 문학관과 유적지 탐방과 작가의 생가 견학은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기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국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문인들의 향기였다. 지회와 지부 국보 가족들은 현수막을 들고 우리를 환영했다. 차량 이동 시에는 안내자, 해설사, 사회자가 되어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재치 있는 유머와 돌발 퀴즈가 귀를 즐겁게 했다. 웃음바다에서 풍기는 향기가 서먹서먹했던 관계를 친근한 이웃으로 만들어 줬다.

 

  부산에서 첫 방문지가 바로 해동용궁사다. 문인들은 발아래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동용궁사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복문 입구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란 현판이 붙어있다. 한 관계자는 “사찰은 대부분 깊은 산 중에 있지만, 이 절은 바닷가에 있습니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절로 알려져 새해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양양 낙산사ㆍ남해 보리암ㆍ해동용궁사)로 풍광과 접근성이 최대 장점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관광객이 유일하게 늘어난 곳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십이간지 동물 입석, 금빛 불상과 푸른빛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카메라에 사진을 담았다. 득남 불은 108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세워졌다. 득남 불의 배를 만져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관광객들이 배를 만져 유난히 반질반질하다. 나도 배를 만지면서 옆 사람에 들리지 않도록 아들 낳을 힘을 달라고 했다. 불룩 나온 배가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렸다. 뒤따라온 중년 부부도 배를 만지면서 한참 동안 주문했다.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는 아시아 정상들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겸비한 최고의 회의장이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곳은 2005년 11월 19일, 아시아 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모여 APEC 정상회의와 오찬을 가졌던 장소다. 회의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이곳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부산의 명소로 부상했다.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누른 소리가 요란하다. 

 

  문인들은 오후 5시가 넘어 식당으로 이동했다. 회 센터 5층에는 싱싱한 회가 비닐을 쓰고 우리를 기다렸다. 의식과 함께 술잔이 한두 번 돌더니 머리 달린 모자가 화제로 떠올라 또, 한번 웃음보따리를 풀었다. 숙소가 있는 호텔 15층 연회장으로 장소를 옮겨 시 낭송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우의를 돈독히 했다. 

 

 

 



  이튿날, 우리는 경주 웨딩 파티엘 연회장에서 김전 심사위원장과 대구지회 국보 가족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여러 곳에서 문학 활동을 해왔지만, 국보만큼 따스한 마음의 고향은 없었습니다. 이 기회에 돈독한 우정을 쌓고 문학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정민호(동리목월문학관 전 관장) 시인은 ‘나의 시 나의 창작’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정 시인은 1966년 박목월ㆍ조지훈ㆍ송욱 선생의 추천으로 『사상계』로 등단한 원로 시인이다. 경주에서 창작활동을 하면서 문학계에 족적을 남기고 있다. “문학은 도전정신입니다. 시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눈에 보인 모든 사건이 작품의 소재입니다. 이 소재를 주제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시인의 노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동리목월문학관과 박목월(1915~1978) 생가로 이동하여 작가의 문학적 위업과 생애를 살폈다. 일행은 마당에 세워진 동상과 시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작가는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발간하여 청록파 시인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관리인은 “2013년 문학 관광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생가를 복원해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월령교로 이동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파란 잔디와 푸른 하늘, 뭉게구름이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우리를 환영했다. 가끔 비가 뿌렸지만, 결정적일 때마다 비가 멈춰 여행의 기쁨이 두 배가 됐다. 경주 최 부자는 12대에 걸쳐 400년간 만석의 부를 유지했다. 학문과 나눔, 상생을 실천한 명문 가문이다. 만석을 넘어가는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최 부자는 1년에 쌀 2천 가마니를 소비할 정도로 과객을 극진히 대접했다.

 

11대 최현식(국채보상운동 경주시 회장)은 경주의 문중 대표들과 사랑채에 모여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다. 식민역사를 몸소 겪으며 교육 부족이 나라를 빼앗긴 이유라 생각하여 해방 후 1947년 전 재산을 기부, 현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을 설립했다.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주는 천년의 신라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신라는 삼국통일을 이뤄 눈부신 문화적 발전을 이룩했다. 천년의 역사와 함께한 일행은 마치 수학여행 온 기분이라고 했다. 그때는 왕릉과 유적지 위주로 구경했지만, 이번에는 문인 선배들의 활동 모습을 찾아 자연과 교감하며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왔다.

 

  팔공산 금화 자연휴양림으로 이동했다. 숲속 계곡에 마련된 연회장은 국보인 만의 맞춤 낭만의 밤이었다. 시 낭송과 음악, 숲속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합작한 팔공산의 정기가 자연휴양림을 가득 채웠다.

 

  국보 가족은 어제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일어난 시간은 새벽이었다. 대부분 밖으로 나와 산책에 나섰다. 모처럼 새벽공기를 가르고 2km를 걸었더니 아침이 꿀맛이다. 우리는 서둘러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다부동전적기념관(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486)을 방문하고 구국 용사 충혼비를 참배했다. 이곳은 6·25 자유 수호 전쟁 당시 최후의 보루인 다부동 전투의 전승을 기념하여 1981년에 전적기념관을 건립했다. 백선엽 장군이 다부동 전투의 주역이다. 다부동 전투 승리 덕분에 국군과 UN군이 낙동강에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인천 상륙작전이 가능했다고 영상을 통해 알게 됐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용사들의 죽음 앞에 임 이사장이 헌화 분향한 후 일행은 감사의 묵념으로 선열들을 위로했다.

 

  대구 기온은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다. 국보 가족들은 문학기행의 마지막 근대 문화 골목길을 걸으며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만났다. 경상감영공원과 대구 근대역사관, 동산 선교사주택과 청라언덕, 3·1만세 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와 서상돈 고택,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가을에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청라언덕(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2029)은 한문으로 쓰면 푸를 청과 담쟁이라, 푸른 담쟁이덩굴이 무성한 언덕, 대구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며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계산성당은 1950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혼식 장소, 주례를 맡은 대구시장이 “신랑 육영수 군과 신부 박정희 양은...”이라고 말해 하객들이 폭소를 터트렸다는 에피소드가 푯말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는 이름만 보고 신랑 신부를 구별했던 시절이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그가 5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이 길은 어둡고 슬럼화 되어 있던 공간을 다시 그리기를 통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졌다. 벽에는 김광석의 가사와 작품들이 채워져 있다. 그의 삶과 잔잔한 음악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벽화는 3개월에 한 번씩 바꿔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대구 기온이 높아 골목길 투어가 어렵습니다. 관광객들은 쉽게 불평하고 투어를 포기하지만, 국보 문인들은 더운 날씨와 관계없이 메모장에 기록하고 질문하는 모습이 어느 단체보다 진지함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칭찬했다.

 

  대구 국보인들이 준비한 2층 커피숍에서 문인들의 시 낭송으로 문학기행을 마무리했다. 김전 심사위원장은 대구의 문인(이상화ㆍ현진건ㆍ서상돈ㆍ박태준ㆍ이인성ㆍ이상정 등)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가장 행복한 노년 생활은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여행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우리들의 생활입니다. 국보가족을 만나면 항상 반갑고 헤어지면 보고 싶습니다. 한국국보문인협회는 어려운 시대에도 계속 성장하며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임 이사장은 “대구 회원 모두는 한국국보문학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행 마지막까지 분에 넘치는 환영과 환송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산과 경주, 대구 문학기행 간 보여준 회원들의 진심 어린 마음과 정성을 가슴에 담아 갑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국보 가족들은 뜨거운 환송식에 아쉬움을 포옹으로 달랬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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