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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죽으면 둥근 대나무지팡이, 여성은 방형지팡이 짚고 애도 왜?

■ 이인영 용인처인구지회장의 '지팡이 시리즈' (2) 저장(苴杖)과 삭장(削杖)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3/06 [15:55]

남성 죽으면 둥근 대나무지팡이, 여성은 방형지팡이 짚고 애도 왜?

■ 이인영 용인처인구지회장의 '지팡이 시리즈' (2) 저장(苴杖)과 삭장(削杖)

장상옥 | 입력 : 2023/03/06 [15:55]

 

▲ 지팡이에 얽힌 야사를 들려주고 있는 이인영 대한노인회 용인시처인구지회장.



사람은 젊을때는 두발로 걷다가 늙어서는 세발로 걷는다고 한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걸을때 도움을 얻기위하여 지팡이를 짚기 때문에 그렇게 일컫는다. 늙어서 다리에 힘이 빠질때는 절실히 의지해야는 도구이다. 

 

본지는 이인영(80) 대한노인회 제5대 용인시처인구지회장의 지팡에 얽힌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단독 게재한다. 이인영 지회장은 골동품과 미술사 전문가이다. 저서로는 ‘향토문화와 전통’(1980년) 외 27권이 있다. 현재 ‘용인문화대전’을 집필 중이다. 용인시 공무원 출신으로 용인시 문화재위원, 용인문화원장, 용인미래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경기도문화상, 용인문화상, 대통령표창, 용인애향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 용인노인대학장을 맡으며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편집자주>

 

 

지팡이는 상례의 도구로 죽은 사람 신원 구분의 징표

 

 처장과 삭장도(사례편람)



지팡이 중에 상례에 사용되었던 것도 있다. 김장생의 ‘사례집람’이나 도암 이재의 ‘사례편람’을 보면 참최(斬衰)와 저장(苴杖), 제최(齊衰)와 삭장(削杖)으로 구분되는 상복(喪服)과 상장(喪杖)의 그림이 나타 난다. 

 ‘참최’라고 하는 것은 “단을 바느질하지 않은 상복(喪服不縫端)”을 말한다. 이것은 피장자가 남성일 경우에 입는 상복이다.

 

반면 ‘제최’라 하는 것은 치마 아랫단(裳下)을 꿰멘(縫) 상복을 말한다. 이는 여성이 피장자일 경우에 입는 상복이다.  또 상주가 상복을 입고 곡을 하거나 문상, 조문을 받을 때 짚는 지팡이도 ‘참최복’을 입었을 때와 ‘제최 복’을 입었을 때, 즉 남성이 피장자일 경우에는 저장(또는 처장)을 짚으며, 여성이 피장자일 경우에는 삭장을 짚는다. 

 

문헌을 보면 저장은 대나무 지팡이를 말 한다-苴杖, 竹杖也-고 되어 있다.  대나무는 속이 비고 둥글다. 지금은 굴건제복(屈巾祭服)을 하고 나무 지팡이를 짚고 곡(哭)하는 것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우리가 자랄 때만 하더라도 상주가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행여를 따라가며 곡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상주가 대나무 지팡이를 들었다면 피장자는 부친이거 나 할아버지이거나 좌우간 남성이다. 반대로 여성이 피장자일 때에는 도면에서 나타나듯이 삭장(削杖), 즉 방형으로 깎아서 만든 지팡이를 짚는다. 

 문제는 남성이 죽으면 왜 참최에 둥근 지팡이를 짚으며, 여성이 죽으면 제최를 입고 왜 삭장을 짚었는가다.

 

 풀이해 보자면 남자는 건(乾)이고 여성은 곤(坤)을 의미한다. 음양오행으로는 남자는 양(陽)이고 여자는 음(陰)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예부터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여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져(方)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래서 둥근 대나무 지팡이를 짚는 것은 남성에 비유되는 건(乾), 양(陽), 천(天)을 뜻하는 반면, 깎아서 만든 삭장의 모(方)는 곤(坤), 음(陰), 땅(地)으로 비유되어 남녀의 장제 격식으로 삼았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팡이는 산 사람의 책신(策身)뿐 아니라 죽은 사람을 영결할 때 상례의 도구로서 죽은 사람의 신원을 구분해 주는 징표로서의 기능도 포함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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