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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들의 합창

<시니어 기자 칼럼> 임병량 기자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3/27 [07:43]

늦깎이들의 합창

<시니어 기자 칼럼> 임병량 기자

장상옥 | 입력 : 2023/03/27 [07:43]

 

▲ 임병량 기자     

 

고령자들이 글쓰기에 뜻을 갖고 길동에 모인 지 1년의 세월을 보냈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안 들려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글쓰기로 뭉친 열정에서는 문제 되지 않았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고갯길을 넘고 넘었다. 그 결과 첫 열매 꿈과 열정 사이동인 문집을 가슴에 안고 행복했다. 실버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신발 끈을 다시 묶었다.

 

실버들의 두 시간 수업은 오직 열정뿐이었다. 가끔 두 시간이 부족해서 연장으로 이어질 만큼 몰입했다. 자기 작품 발표 시간에는 추억의 강에 빠져 고향으로 달려가 어린 개구쟁이로 되돌아갔다. 팔십이 훌쩍 넘겼어도 10대의 감정을 느낄 힘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젊음을 찾아주고 그리운 사람과 연결해준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그 림이 그려지면 불효했던 어린 시절을 영상처럼 꾸민다. 그 장면을 읽을 때는 순간에 말문이 막혀 어깨를 들썩거린다. 더 이상 읽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이자 지도교수가 마지막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는 감정이 정화되고 건강한 에너지가 샘솟는 보약과 같다. 치매 예방은 물론 품위유지에 최고다. 고령자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어데서 뜨거운 눈물을 보일 수 있겠는가. 글쓰기에서 나온 감정은 바로 건강의 증표다. 노후에 글쓰기는 모두에게 권장할 수 있는 평생 일자리다. 우리는 늦깎이로 입문했지만, 올바른 선택 길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글쓰기에 관심 두는 뜻이 여기에 있다.

 

김종화 지도교수와 만남은 행운이다. 뛰어난 글쓰기 기법 가르침뿐만 아니라 밤새워 첨삭지도 해 준 가정교사 선생님이다. 그 결과 동인 문집 꿈과 열정 사이가 탄생했고, 이젠 2아름다운 도전이 탄생했다. 책의 내용이 알차게 설계되어 사랑과 찬사를 받았다. 잡초를 제거해서 알곡을 만들었다. 고령자들이 신인상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글쓰기 통로에 이정표를 달아줬다. 영원한 우리의 지도교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반신반의했던 배움이 이젠 자신감이란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아직은 풋과일에 불과하지만, 먼 훗날 좋은 열매를 수확해서 후손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될 것이다. 글쓰기는 노후의 품격을 높이고 생각을 젊게 할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의 길, 평생직장이다. 모두가 이 뜻에 공감하고 끝까지 함께 하자고 입을 모았다.

 

팔십 대 네 명의 글쓰기 열정은 항상 우리들의 본이 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인근 해장국집에 모여 막걸리 한 잔에 삶의 향기를 띄우고, 인생의 선·후배가 한 팀이 되어 부족함을 채웠다. 실버들은 글쓰기에 목이 말라 있다. 노후에 적합한 취미생활은 뭐니 뭐니 해도 글쓰기다. 신체에 문제가 있어도 정신만 말짱하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일이고 생각을 젊게 사는 가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새롭게 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과 변화에 둔하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마음과 행동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이번에 수필가로 등단한 몇 명의 실버들의 모습은 뭔가 해냈다는 당당함이 자랑스럽다. 글쓰기에 올인하겠다는 선배들의 결심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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