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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효녀 심청...96세 치매 어르신 연달아 모신 노 부부

임병량 | 기사입력 2023/04/09 [07:26]

현대판 효녀 심청...96세 치매 어르신 연달아 모신 노 부부

임병량 | 입력 : 2023/04/09 [07:26]

 

 

 





 

효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핵가족과 1인 가족 시대가 확산하면서 삶의 방식도 자기중심적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늘어나면서 부모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 가해자는 아들과 며느리가 대부분이란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충격과 반성이 필요한 시대다. 요즘 실버들은 자식들이 부모 걱정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효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42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동 김화중(66) 부부는 노모 임00(96)을 극진히 간호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80대까지도 혼자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건강한 삶을 이어왔지만, 어느 날 전화 받는 목소리가 예전과 달라 모시고 왔습니다. 예쁜 치매라고 해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밝은 미소를 보였다.

노모 임 씨는 30대에 남편을 잃고 가세가 기울어지자 품팔이로 6남매를 키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모두가 뛰어나게 공부를 잘해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지만, 가난 때문에 가르칠 수 없었다. 스스로 주경야독해서 자랑스러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거실과 베란다에는 동양란과 각종 꽃 화분이 봄 내음을 전달했다. 어머님은 꽃을 닮아서 항상 웃는 모습이라고 한다. 위로 오빠 셋, 아래는 여동생과 남동생, 다복한 형제라고 자랑하면서 어머님 모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부모님도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치매는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합니다. 제가 모신지는 8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모시다가 가정사 이야기를 듣고 모셔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형제들과 비교할 때 내가 맡아야 할 것 같아서 모셨습니다. 모시기 직전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반장으로 활동하면서 임원들과 만남이 이어지고 있지만, 함께 어울리지 못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김두수(68·경기도 하남시) 씨는 형제들이 머리가 좋아 모두 공부를 잘했지만, 의식주 해결이 시급한 시대라 배움과 거리가 먼 환경이었습니다. 화중이 오빠와 함께 중학교에 다녀서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장학생으로 다녔지만, 중학교 졸업을 못 하고 중퇴했습니다. 제가 본 화중이는 형제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요즘 일부 자녀들은 부모를 학대하고 행패를 부리며 유기까지 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녀는 치매 어르신을 시가, 친가 차례로 모셨습니다. 보기 드문 현대판 효녀 심청이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엄지척했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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