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남는 시간이 많아진다. 할 일이 없어 고통스러워 하기도 한다. 여가란 필수적인 가사 활동이나 직업상의 일 등 식사, 수면, 출근, 숙제 등의 의무적인 활동 외에 소비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뜻한다. 우리는 보통 휴식이나 기분전환, 이완과 같은 소극적인 행위로 여가를 이해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가 60여년 동안 전 세계가 놀 날만큼 발전하였다.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 정보사회로의 발전을 거치는 동안 기술과 인권이 중요과제로 부각 됨에 따라 노동계층의 여유 시간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이후 관심을 같게 된 것이 '여가'라는 개념이다.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여가'를 '놀다'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 어디서도 '잘 노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다. 한 마디로 잘 놀 줄을 모른다. 기껏해야 술 먹고 정신없이 떠들고 내면의 즐거움이 아닌 순간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행동을 잘 노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동안 오로지 최선을 다하고 남과 경쟁에서 이기는 교육만 해왔다. 지금도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고 남보다 더 많이 알고 남보다 더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 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놀지 못한다는 것을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명지대학원 교수였던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가 '개미 컴플레스와 독수리 5형제 중후근'이란 재미있는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문화는 잘살아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근면 성실이 미덕이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것만이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만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은 무슨 일이든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한다. 직장인들은 놀아도 직장 근처에서 노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다. 어디 가서도 마음껏 놀지 못한다. 아니 노는 방법을 모른다. 쉬는 날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책을 읽어도 자기개발서만 보아야 마음이 편하다. 자기가 재미있고 보고싶고 관심 있는 책보다는 성공하는 법, 이기는 방법, 참고 견디는 방법들을 가르치려는 책들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분류에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김정운교수가 이야기하는 '개미컴플렉스'라는 것이다. 어디에서든지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으면, 자기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독수리 5형제 증후근'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들이 그것에 집착하고 살기 때문에 삶이 늘 피곤하고 세상이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표정이 없고 경직되어 있고 웃음이 거의 없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외국 기자들이 한국 사람들은 모두 화난 사람 같다고 했을까!
어떻게 노는 것이 잘 노는 것일까? 모든 것이 뒤집어 지도록 엄청나게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생활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재미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버리고 우리 스스로가 재미에 대한 개념을 다시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둘레길을 산책한다, 아내와 괜찮은 포도주를 사서 맛을 음미하며 같이 마신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본다, 이러한 것들로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나름대로 연습이 필요하다. 필자의 주변에 80이 넘은 나이에도 청바지를 즐겨 입고 기타를 배우러 다니는 어른도 보았고 색소폰을 부부가 같이 배워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는 부부, 70이 넘은 할머니들이 미술 학원에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한결같은 것은 그 어른들의 표정이 항상 즐거워 보였고 환한 모습이었다. 이런 분들이 세상을 재미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비싼 돈을 들여 설악산에 갔으면, 큰 맘 먹고 해외에 나갔으면 그 분위기를 공유하고 정취를 즐겨야지 콘도에서 빨리 밥 먹고 술 마시고 떠들고 밤새 화투를 치고 돌아오는 것을 재미있게 놀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취미가 무엇입니까? “네, 영화감상입니다, 독서입니다, 여행입니다”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책을 보고 어디로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맛을 음미해야 한다. 그냥 재미있는 것, 그냥 맛있는 것, 그냥 행복한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정의하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로 재미있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산다. <저작권자 ⓒ 경기실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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