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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얘들아 바로 저기야!” 이북출신 어머님의 6월의 통곡사

이영진 한국자유총연맹 광진구 지회장(전 한양대 특임교수)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6/05 [08:26]

<기고> “얘들아 바로 저기야!” 이북출신 어머님의 6월의 통곡사

이영진 한국자유총연맹 광진구 지회장(전 한양대 특임교수)

장상옥 | 입력 : 2023/06/05 [08:26]

 

 

 

▲ 이영진  한국자유총연맹 광진구지회장(전 한양대 특임교수, 보건학 박사)     

 

 

어머님은 경기도 개성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피난민으로 임진강을 건너왔으나 부모님과 형제자매는 모두 건너지 못한채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래서 6월달이면 임진각에 가서 철조망을 부여잡고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면서 절규한다. “얘들아 바로 저기야 보이지 보이지!” 하면서 손끝을 향한 곳은 강 건너 개성땅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도 73년동안 가보지 못한 한맺힌 어머님의 통곡은 지금도 그칠줄 모른다. 

 

“내 죽기전에 꼬옥 고향땅을 밟아야지!” 하면서 검은색 지팡이를 잡고서는 힘겨운 걸음으로 동네 작은공원에 가서 ‘하낫 둘 하낫 둘’ 하면서 걷기운동 하신다. 힘에겨워 집으로 돌아오면 색이 바랜 어머니의 어머니 사진을 보여주며 19살에 헤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공산당 이놈들은 죽여야해 하면서 울분을 토로 한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1983년도 KBS 행사에 어머님 가족의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아버지등 온 가족이 한달여간 고생했다. TV에서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생방송 하면 어머님은 아직도 살아계실텐데....하신다. 5남매 자식들도 70여년간 매년 어머님의 통곡을 들어야만 했던 질긴 통곡사다. 경기도 개풍군 출신 모임에 가보면 회원들 모두 80·90세대로 하나둘씩 안보이면 무척 안타까워 하신다. 회원들의 부고장을 받아들면 나도 언젠가는 가야지 하면서 소리없이 눈물을 훔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영화에서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가 죽자 묻어주고 나서부터 할아버지가 갑자기 기력이 쇠해지자 할머니는 머지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일천만명 이산가족이 이제는 몇명이나 될까? 궁금해진다. 6.25전쟁으로 피난살이로 힘겹게 그 강을 건너 왔건만 다시는 그 강을 건너가보지 못하는 이북오도민들에게 그래서 6월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어머님이 쓰시던 아주 오랜 지팡이들이 창고에 쌓여있다. 자식은 왜 못쓰는 지팡이를 두느냐며 버리려고 하자 버럭 화를 내신다. 이놈아 그건 나의 흔적이다. 살아서 고향에 가면 내가 들고 가겠지만 내 죽거들랑 이 지팡이를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다 하나씩 묻어주라며 내 손목을 부여 잡는다. 손등에 어머님의 피눈물이 떨어짐을 느끼는 순간 아차! 자식으로서 불효를 했다며 나 역시 눈물을 훔친다.

 

고향 친구들 만나는 날이면 어머님은 평소에 누워 계시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몸단장 하신다. 지팡이를 움켜잡고 힘겹게 지하철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이북오도청으로 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홀홀 단신으로 넘어와서 5남매를 악착같이 키우신 어머님의 깊은 은혜에 가슴이 메어온다. 73년동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부모형제들과 생이별하고 생사여부 조차 물어볼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가슴속에 맺힌 한은 얼마나 깊이 패였을까? 임진각에서 철조망을 부여잡고 연신 절을 하면서 소리없이 외쳤던 “어머니,아버지”소리가 이제사 자식들에게 메아리쳐 들려온다. 

 

아무도 우리를 막을수 없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신호탄이었다. 동독과 서독을 가로지르는 벽을 부숴버리자고 외치자 순식간에 벽이 무너지면서 분단된지 41년만에 통일이 된것이다 그런데 남북한은 분단된지 70년이 넘었다. 분단의 벽이 무너지는 그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북오도민들 아니 온국민의 염원이 들려온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마음되자 는 88올림픽 공식 주제곡이 메아리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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