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조회 시간에는 항상 애국가를 부르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했다. 이제 막 입학한 우리들은 그 짧은 찰나가 얼마나 긴 시간에 대한 추모였는지, 얼마나 무거운 희생에 대한 기림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학년이 올라가고, 역사를 배우고,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삶과 마주하고 나서야 그 묵념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시흥시에도 3,300여 분의 국가보훈대상자가 있다.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유공자 등 모든 애국의 현장에서 숭고한 헌신으로 나라를 지켜낸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이다. 가슴엔 위대한 애국을 품었지만, 그저 누군가의 가족이자 이웃이었을 평범한 사람들. 나이와 계급, 성별에 상관없이 연대하고 힘을 모았던 민초들이다. 우리는 지금 이들이 땀과 눈물로 일군 정신적 토대 위에 서 있다.
마땅히 기리고 기억해야 한다. 시흥시는 국가유공자의 고귀한 희생에 예우를 다하고, 후대가 마음 깊이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례를 개정해 모든 국가유공자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며, 명예 수당, 생활 보훈 보조수당, 위문금, 의료비 등의 생활 안정 지원과 더불어 공공시설 요금 감면 등을 통해 국가유공자의 공훈에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보훈·참전 명예 수당 대상 연령을 확대하고, 독립유공자 및 유족 특별위로금을 신설하는 등 실질적인 예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신적 예우는 더 중요하다. 시흥시는 2018년부터 3·1 독립유공자 기념비 건립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김천복, 윤동욱, 장수산, 권희, 윤병소 다섯 분의 기념비를 세웠다. 100여 년 전 시흥시 곳곳에 울려 퍼졌을 대한 독립 만세의 뜨거운 함성과 숭고한 나라 사랑의 뜻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국가유공자의 자긍심과 시민의 애국정신을 높이기 위한 보훈회관 설립도 계획 중이다. 관내 국가유공자, 유가족의 복지를 증진하고, 선조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시흥시 보훈 거점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무엇보다 뜻깊은 행보는 ‘시흥시 국가유공자의 날’을 지정한 것이다. 이날만큼은 시흥시 국가유공자와 보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매년 7월 13일에는 시 차원에서 순국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문화예술 행사와 영상 상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나아가 삼일절, 현충일 등 보훈 기념행사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관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독립운동사 교육을 추진하는 등 일상적인 예우 문화 확산에 더욱 집중하며 보훈 의식이 시민의 삶 면면에 깃들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선열들의 거룩한 호국정신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며 현재도 위기의 순간에 수많은 영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잊지 않고, 그 헌신에 보답하는 것이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을 국민답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의 기상과 같이 굳세고 강인한 애국선열의 정신을 깊이 되새기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저작권자 ⓒ 경기실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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