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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시대 올바른 삶> 할머니의 선물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장상옥 | 기사입력 2024/11/08 [06:39]

<100시대 올바른 삶> 할머니의 선물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장상옥 | 입력 : 2024/11/08 [06:39]

▲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이글거리는 7월 오후는 아직도 아스팔트의 열기가 올라와 오후가 되도 식을 줄을 몰랐다. 온 세상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병원의 수납처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오열하는 중년 여성과 복도 한쪽 구석을 응시하며 넋이 나간 듯 서 있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여보 어떡해.....”

“오늘 수술 못하면 정은이가 죽는대...“ 

“.........”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정신이 반쯤 나간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병원 문밖으로 나왔다. 아내의 미칠듯한 통곡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것을 뒤로하고 발길 닿는 대로 간 곳이 병원 앞의 작은 식당이었다. 

 

그저 아픔의 시간 안에서 미어지는 가슴을 혼자 “꾹꾹” 눌러가며 고통을 견뎌내는 그 남자의 슬픈 현실 앞에 소주 한 병과 깍두기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소주잔을 연거푸 비운 남자는 어느덧 어두컴컴해지는 저녁 무렵이 되자 식당을 나와 마땅히 갈 곳도 없으면서 터덜터덜 걷다가 문득 담배 한 갑을 사려고 멈춰선 가게 앞, 술김에 문손잡이를 당겼더니 가게 문이 슬며시 열린다.

무언가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리던 남자의 눈에 오래된 전등 빛에 희미하게 비친 돈 통이 들어왔다. 

 

“여보 무엇이든 해봐!, 누구한테든지 매달려라도 봐! 우리 정은이 살려야 되잖아! ....”

아내의 비수같은 말이 그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돈 통을 열고 정신없이 주머니에 닥치는 대로 주워 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밥그릇이 배고픔에 뒤집어지듯 남자는 주머니에 담았던 돈을 다시 돈통에 다시 옮겨 놓고 있을 때에 말없이 다가선 할머니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잔돈푼을 가져다 어디에 쓰려고....”

무슨 딱한 사정이 있어 보이는데 그 이유나 한번 들어 보세.....“

할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남자에게,

“됐네 그만하게, 더 말 안해도 알겠어. 오죽 힘이 들었으면......... 쯧쯧!

힘내게!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앞이 캄캄할 정도로 힘든 일들이 생기는게 인생 아니겠나. 가지 말고 여기 잠시만 있어 보게”

 

할머니는 방 안에 들어가서 얼마 후 나오더니 남자의 손에 보자기로 둘둘 말은 무언가를 손에 쥐어 주었다.

“부족하겠지만 우선 이것 가지고 빨리 가봐! 급한 불은 끄고 봐야지, 사람 목숨이 먼저 아닌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조아리던 남자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할머니는 “그래! 열심히 살아, 그리고 무슨 일이든 절대 포기 하지마, 그러면 좋을 날이 분명히 올 거야“라고 등 뒤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삼 년이 흐르고 그해 여름도 엄청나게 더운 어느 날 저녁 가게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라며 말하는 젊은 여자를 외면한 채, 두리번 거리기만 하던 남자가 

“저어 여기 혹시 할머니는...?

“아 저의 어머니 찾으시는군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몇일 후 할머니가 묻히신 수목장의 나무 아래 한 가족이 꽃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때 할머니께서 빌려주신 그 돈으로 우리 정은이가 살아났습니다. 그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아빠와 가족의 눈에 묘비에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랑은 감사와 나눔으로 그 의미를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몇 해가 흐르고, 해맑은 하늘에 얼굴을 간지르는 솔솔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날 오후, 공원에 작은 푸드트럭 한 대 앞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계셨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길이 있었는데 밥은 아빠가, 국은 국은 엄마가, 반찬은 딸이....! 

푸드트럭 맨 꼭대기에 깃발 하나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그 깃발에는 “사랑은 감사와 나눔으로 그 의미를 실천할 수 있다”라고 쓴 글이 펄럭이고 있었다.

 

장애인복지관으로 장애인들에게 예절교육을 가르치러 다니시던 어느 자원봉사자 한 분이 실화라고 하며 들려주신 가슴 저리는 사랑의 의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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