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마트에 가면 유난히 빨갛고 노란색의 과일들이 눈에 띈다. 요즘은 일 년 중에 대봉 홍시가 나오는 유일한 계절이다. 대봉 홍시의 약간은 투명하면서도 화려한 그 진홍색에 매료된다. 과일은 인간이 좋아하는 모든 맛을 다 지닌 것 같다. 약간은 달콤하면서 약간은 새콤하고, 거기다가 과일 특유의 향도 있고 씹는 아삭한 맛도 있다.
우리나라 과일은 유난히 달다. 당도가 높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으니 재배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달콤하게 만들려고 애를 쓴다. 과일이 달콤하게 여겨지는 건 과일의 과당이나 포도당, 설탕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과당은 단맛이 아주 강해서 과당이 많은 과일일수록 우리는 더 달콤하게 느끼게 된다.
과일의 당은 우리가 먹는 쿠키나 초콜릿의 당과 다를까? 그것들의 분자적인 구조는 똑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과일은 건강에 좋고 쿠키 같은 가공식품은 건강에 좋지않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과일이 식이섬유소와 각종 비타민, 미네랄, 거기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인 파이토케미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은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 어떤 사람(특히 여성)은 포도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아침은 바나나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영양학계에서는 과일과 채소는 건강에 좋으니, 둘을 합쳐서 하루에 500g 정도를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그렇지만 과일은 채소와는 다르다. 채소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실제로 배가 빨리 부르고 맛도 썩 없어서 많이 먹기도 힘들다) 우리 몸에 이익만 있지 해는 거의 없다. 하지만 과일은 적절하게 먹고 (성인의 경우 하루에 2인분, 주먹 만한 크기) 식후보다는 식사 전에 먹는 것이 좋다. 식후에 과일을 먹으면 식후 혈당이 더 많이 치솟기 때문이다.
과일은 달콤한 것에 비해 실제로 혈당지수가 낮아 과일만 먹었을 경우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지 않는다. 보통 혈당지수가 55 이하이면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에 속하는데, 대부분 과일은 수박을 제외하고는 55 이하이다. 왜 그럴까? 과일에는 당 중에서도 과당이 많고 과당은 직접 혈당(포도당)을 잘 높이지 않는다. 또 펙틴같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하여 과당이 천천히 흡수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과일로 섭취한 과당은 간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일부 과당은 간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혈당을 높이기도 하지만 혈당이 특히 떨어져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비율이 미미하다. 과당은 포도당에 비해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이면 지방간이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알코올이 지방간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여 우리는 과당을 ‘취하지 않는 알코올’로 부르기도 한다.
지방간이 되면 염증 물질이 많이 분비되면서 간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기 쉬워 간염으로 진행하기가 쉽다. 옛날에는 알코올성 지방간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특히 여성들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하고 있다. 의사에게 지방간을 진단받으면 깜짝 놀라서 “네? 전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시는데요.” 하고 반문하게 된다.
과일을 끼니로 때우는 것은 최악의 식사 패턴이다. 과일은 당이 풍부하나 단백질이나 (필수)지방산이 거의 없어 매우 편중된 식사가 된다. 단백질 부족도 지방간의 원인이 된다. 과일을 끼니로 때우면 섭취량도 엄청나게 먆아 진다. 맛까지 좋으니 계속 먹게 된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결국 포도당과 과당 섭취량도 많아져 혈당이 많이 오르고 간에서 지방합성도 늘어난다. 요즘 많이 나오는 포도는 알도 굵고 당도가 높아 앉은 자리에서 한 송이를 먹게 되면 상당량의 당을 섭취하게 된다. 한 번에 먹는 1인분 양이 포도 큰 송이는 1/3 송이가 적당하고, 사과와 감은 반 개, 배는 1/3개가 적당하며 식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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