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거칠었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행복과 설렘이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건강과 시간, 경제적 여력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 경험이 인생의 자산이라면, 여행은 경험의 산실이다. 평대원20기(회장 백현식) 원우와 학부형 34명이 지난달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통영과 거제도에서 추억을 쌓았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종로5가역 주변에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다. 시간을 지키기 위해 선잠으로 보냈지만, 산본역으로 가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가볍다. 여행이 주는 기대와 설렘일 것이다. 관광버스가 정시에 출발신호를 보낸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속도가 빠르다. 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차창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과 구름, 자연이 베푼 짙은 녹색 산야가 한 폭의 그림이다.
며칠 전만 해도 연한 연두색이 군데군데 보이더니 이젠 진한 녹색만 보인다. 녹색은 안과의사가 눈이 나쁜 사람에게 추천한 색상이다. 30여 년간 다녔던 회사의 로고가 그렇다. 여름옷 색상은 대부분 이런 색깔로 바뀌었다. 녹색을 특별히 좋아한 이유다. 들녘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농부는 보이지 않고 모심는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모심을 때가 가장 허리 아팠던 시절이 생각난다. 농부의 일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계가 등장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자연을 감상하면서 휴게소에 몇 번 들렸더니 거제도에 도착했다. 향토 음식으로 맛있는 점심이 여행의 별미다. 이곳 출신의 회원이 풍광 좋은 카페를 소개해서 이동했다. 넓은 바다와 자연의 조합이 온통 포토존이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바다를 바라보면서 덕담으로 휴식과 친교의 시간을 누리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으로 이동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거제 9경 중 5경이다. “전쟁 중에 늘어난 포로를 수용하기 위해 포로수용소를 설치 했지만, 전쟁포로 문제에 많은 난항을 겪었다”라고 해설사가 말했다. 53년 7월 휴전협정이 조인됨으로써 전쟁은 끝나고 수용소는 폐쇄되었지만,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 사진,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들이 보관된 전쟁 역사의 산 교육장이요, 관광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관람객은 우리뿐이다.
체험장에는 흥남철수작전 기념관을 비롯해 여자포로관과 포로 설득관 등 30여 개의 전시관과 체험실이 있다. 학생은 물론 모든 국민이 관람 해야 하는 현장학습장이다. 우리 일행만이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 비참한 현장을 실감 나게 보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영으로 이동해 전망이 좋은 횟집 식당에서 개회 예배를 드린 후, 회 정식으로 만찬을 했다. 만남의 소중함을 마음으로 간직해서 모임의 발전 방향을 토의했다. 조직의 모임에는 무조건 참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모이지 않으면 조직은 깨어진다. 토론 시간이 길어지면서 통영의 밤바다가 깊어 졌다. 야간 산책이 짧아서 아쉬웠다.
둘째 날 오전 9시, 외도로 가는 선착장은 인파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포로수용소와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관광객은 역사보다 자연을 더 즐기는 편이다. 해금강은 파도와 바람에 씻긴 기암괴석이 다양한 모습으로 이름을 부른다. 신랑바위와 신부바위를 비롯하여 사자바위 등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하다. 해금강은 거제 9경 중 제1경이고 외도보타니아가 제3경이다. 아름다운 곳이다.
외도보타니아 도착은 세 시간 후였다. 외도는 아름다운 열대 낙원으로 고 이창호 선생 부부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바다정원이다.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곳이다. 이국적인 건물과 조경이 관광객을 부른다. 영화촬영지로도 알려졌고 네티즌에 의해 한국 최고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는 꽃향기에 취한다. 오르막길이 있어 걷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1시간 3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꽃과 산책길에 취해서 오가는 거리를 서성거린다. 이 공원을 잘 가꾸어서 대대손손 누리고, 외국 관광객을 많이 유치했으면 좋겠다.
통영 맛집에서 점심 후 해병대통영상륙작전기념관으로 이동했다. 해병대 통영 상륙작전은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보다 한 달 앞섰고 한국전쟁 발발 이후 국군이 낙동강까지 밀리며 방어에 급급할 때 유일하게 공격에 나서 북한군을 물리친 작전으로 기록됐다.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선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괴군 7사단이 전락 요충지 진해 마산을 해상에서 봉쇄하기 위해 거제도를 점령하고 통영으로 침입했다. '귀신 잡는 해병대' 김성은 부대는 1950년 8월 17일 7척의 해군함정의 지원으로 장평리 해안에 최초의 단독 상륙작전인 통영 상륙작전을 감행한 곳이 바로 통영이다.
이 기념관은 해병대사령관이자 국방부 장관이었던 고 김성은 장군의 업적과 유품 전시관으로 육필 원고와 훈장, 흉상 등 유품과 해병대 역사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은 통영시와 유족들의 기금으로 만들어져 안보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김성은 장군의 회고록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가 있다. 통영 상륙작전을 비롯한 전투에서 하나님이 주신 계시와 지혜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회고한다.
장군의 아들이 평대원 20기 수석부회장 김순환 장로다. 살아생전 아버지의 일화를 소개했다. 국가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정직과 헌신이 자기를 지켰다. 고전했다. 해병대 사령관으로서 유명하지만, 평생 신앙의 줄을 놓지 않는 착하고 충실한 주의 종이었다. 생전에 할머니는 낙타 무릎이 될 정도로 나라와 아들을 위해서 기도한 결과 김성은 장군은 여러 전투에서 연전연승한 이유가 바로 어머니의 기도 힘이라고 한다. 다윗과 같은 장군으로 통영에 귀신 잡는 해병이란 신화를 만들고 인천상륙작전에도 참가해서 맥아더 장군과 함께 성과를 올렸다는 설명은 감동이다.
여행은 일상을 떠난 새로운 만남이다. 거제 포로수용소는 전쟁이 비극과 평화의 가치를 일깨워 준 역사적인 전시물이 가슴을 울린다. 전쟁의 결과는 비참함뿐이다. 해병대 통영 상륙기념관은 해병대의 용맹함을 기리며 국가 안보와 평화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외도보타니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볼거리다. 전쟁과 평화를 넘나드는 여행이다. <저작권자 ⓒ 경기실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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