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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경주 포항으로 떠난 문학기행

임병량 시니어 기자

장상옥 | 기사입력 2024/06/16 [12:19]

<시니어 칼럼>경주 포항으로 떠난 문학기행

임병량 시니어 기자

장상옥 | 입력 : 2024/06/16 [12:19]

                                            

▲ 임병량 기자     

 

 

  오월은 산천초목이 풍성해서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전쟁문학회 문인들이 5월24일, 경주와 포항으로 문학기행 하는 날이다. 맑은 하늘과 짙은 녹색이 어우러져 '오월은 푸르구나' 절로 나온 쾌청한 날씨다. 모두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여행이다.  잠실 종합운동장역 오전 일곱 시 약속은 지난밤 선잠으로 이어졌지만, 전철 역을 향한 발걸음은 평소보다 가볍다. 여행이 주는 행복감이다. 약속 시간보다 20여 분 일찍 도착했지만, 부지런한 임원과 회원들은 벌써 나와 반갑게 맞이해준다. 이름표를 챙겨 목에 걸어준 포근한 마음이 우리만 느낄 수 있는 숨결이다. 

 

  빨간 관광버스가 정시에 출발신호를 보낸다. 이동 중에 정성껏 준비한 영양식 주먹밥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행사를 주관한 기행 국장은 전쟁 중에 대표 음식 주먹밥을 상기하자는 의미로 준비했다면서 갖은양념과 대추를 넣었다고 말하자 동시에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앞좌석부터 자기소개를 하면서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 황 선생이 죽전역 마지막 탑승객이다. 팔순이 훨씬 넘었지만, 건강한 모습이다. 힘찬 목소리와 간첩 잡았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창밖에 초목이 진한 녹색이다. 며칠 전만 해도 연한 연두색이 군데군데 보였으나 이젠 찾을 수 없다. 녹색식물은 편안함과 안정감뿐만 아니라 눈이 나쁜 사람에게 추천한 색깔이다. 들녘에는 모내기가 끝난 곳도 있지만, 지금이 한창이다. 농번기에 모심을 때 허리가 가장 아팠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이젠 농부의 일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자신의 십 년 전을 생각하면서 묵상에 잠긴다.  경주 요금소를 빠져나오니 대구 경북지회 최 회장과 일행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최 회장은 해박한 지식을 앞세워 침묵의 분위기를 바꾼다. “이곳은 신라의 땅입니다. 유물이 많고 역사가 있습니다. 부잣집 담 밑을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지역입니다. 눈을 좌측으로 돌리면 오릉이 보입니다. 신라를 창건한 박혁거세를 비롯해 오 대까지의 능이라고 합니다. 왼쪽에는 금척(金尺)을 묻어뒀다는 무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금척은 금으로 만든 자로 이걸 소유하면 죽은 사람도 살아나는 설화가 있어요.  조금 지나면 육부 촌장이 신라 건국 공로를 영원히 기리기 위한 양산제가 있습니다. 그들의 공로를 인정해서 최, 이, 손, 정, 배, 설씨 성을 주었다고 합니다. 조선 왕조 26 왕 500년보다 신라 56 왕 996년은 두 배입니다.”라고 신라 이야기를 하던 중 박목월 생가에 도착했다.  박목월 생가는 2013년에 복원한 문학인의 기행 명소다. 곱게 단장된 초가와 노래비, 목월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노래비’에는 얼룩송아지 동요가 새겨져 있다.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안채와 사랑채, 유물을 부지런히 살피며 시인의 흔적을 느낀다. 

 

  보리밭, 우물, 방앗간, 장독대는 내 고향처럼 친숙하다. 동상의 모습은 오른손에 펜, 왼손에 공책을 들고 확 트인 들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글감을 찾기도 하고, 어쩜 어제저녁 늦게까지 작성한 글에 더하고 빼는 모습 같기도 하다. 중요내용은 사진에 담아 불국사로 이동했다. 

 

  세계문화유산 불국사는 수학여행 일번지로 사계절 관광객으로 붐빈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적막이 흐를 정도로 조용하다. 다보탑과 석가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줄 행렬도 옛말이다. 봐주는 사람 없으니 웅장하고 섬세한 탑이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당시의 명인들은 돌과 나무를 떡 주무르듯이 다뤘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불국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70년대 복구되었지만, 전쟁의 상처는 대대손손 이어지고 있다. 많은 문화재를 보고 싶었지만, 계단이 장애물이다. 평지에서만 관람하고 포항으로 이동했다.  포항의 형산강은 서울의 한강과 비슷하다. 도심 가운데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산책로가 걷고 싶은 길이다. 옛날 보부상들이 오가던 길이라고 해서 쉼터마다 지게꾼과 보따리가 있어 더욱더 정겹다. 옆에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비가 볼거리다. 철강 도시답게 철로 만든 시비가 이 지역의 특색이다. 자연과 문학이 합작 된 산책로다.

 

 

비바람에 퇴색된 글귀가 옥에 티다. 홍중기 회장 시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후 두 시쯤 포항의 별미 물 회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물 회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휴식도 잠시, 기념관으로 바쁘게 이동해서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총을 들고 전투에 참여한 희생된 학도의용군의 용맹과 애국정신이 무딘 가슴을 깨운다. 사진과 전시품, 참혹한 전쟁, 이우근 학생 옷 속에서 발견된 얼룩진 편지 내용은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겠다”라고 했지만, 포항여중 앞 벌판에서 전사했다. 

 

 학생들이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기록 영상을 보니 눈시울이 뜨겁다.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과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그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들만 관람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요즘 또래 학생들이 이 영상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애국심에 관심을 두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곳이 남녀노소가 북적거릴 때 나라 사랑이다. 그런 날을 희망한다.  잊었던 애국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대구 경북 지회 편백 문학관을 찾았다. 지역 문인들이 양쪽으로 서서 맞이해 준다. 서로 손을 잡아주는 문인들의 온기가 오래된 동료처럼 다가온다. 만남의 의식을 마치고 정성껏 준비한 다과와 떡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이 박사의 사과 농장이 편백 숲으로 바뀐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창작과 쉼터 공간을 배려한 편백 문학관의 활동 상황도 덧붙였다. 강의장에는 숲에서 나온 피톤치드와 맑은 공기가 조합을 이룬다. 벽에 걸려 있는 작가들의 시 작품이 시선을 뺏는다.  이번 문학기행은 선조들의 유적을 재 조명하고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한 보존의 소중함도 함께 생각해 보았다. 특히 잊혀 가는 애국심을 마음 밭에 심었다.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은 손자와 함께 꼭 방문해서 역사와 젊음의 혼이 살아있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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