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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인공조미료(MSG)! 과연 안전한가?

손숙미(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전 국회의원)

장상옥 | 기사입력 2024/08/04 [10:10]

<건강칼럼> 인공조미료(MSG)! 과연 안전한가?

손숙미(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전 국회의원)

장상옥 | 입력 : 2024/08/04 [10:10]

 

▲ 손숙미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한때 ‘미원’ 혹은 ‘미풍’으로 알려졌던 인공조미료(MSG: 글루탐산 나트륨)는 1960년 경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이나 찌개 등에 고기를 넣지 않아도 MSG만 살짝 쳐 주면 국물 맛이 훨씬 진해지고 혀에 착착 감기니 마치 MSG가 도깨비방망이처럼 여겨졌다. 그러니 명절에 ‘미원’이나 ‘미풍’ 선물 세트를 받으면 주는 사람의 성의를 매우 고마워했다. 

 

원래 맛에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의 기본적인 4가지 종류가 있다. 이때 매운맛은 혀와 입안이 아픈 통각에 가까워 맛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그런데 이 4가지 맛 외에 감칠맛(일본어로 우아미)이라고 하는 맛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1908년경의 동경대학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였다. 그는 아내가 말린 다시마를 재료로 끓인 일본식의 맑은국에서 기존의 맛이 아닌 전혀 다른 맛을 느꼈다. 뭔가 진하고 그윽하면서도 맛깔스러우며 입에 착착 감기는 그런 맛이었다. 평소에 맛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결국 그 감칠맛이 다시마, 양파, 육류 등에 많이 들어있는 ‘글루탐산’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글루탐산은 일종의 아미노산으로 그는 밀에서 대량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글루탐산을 나트륨과 결합해 만든 것이 MSG다. 지금 우리나라는 MSG를 사탕수수의 당밀을 발효시켜 대량으로 생산해 낸다.

 

MSG가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1968년 중국계 미국 의사가 유명학술지에 ‘중국음식점에서 식사하면 목이 무감각해지고 두통이 오며 전반적으로 기력이 약해지고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증상은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으로 명명되었고, 그 원인이 중국 음식에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MSG 때문일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미국의 식품의약국(FDA)과 UN의 식량농업기구에서는 한때 MSG의 하루 일일섭취허용량을 설정하고 신생아용 음식에 첨가하지 않도록 했으며, 고혈압이나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게는 섭취를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MSG의 이러한 유해성은 25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다 1993년에 이르러  MSG의 유해성을 밝힌 기존 논문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후 MSG의 유해성 입증을 위한 새로운 임상실험이 실시되었지만 대부분 논문에서는 MSG가 유해하다는 결론을 얻지 못했다. 이에 미국 FDA는 1978년과 1980년의 두 차례에 걸쳐 “현재 MSG 사용 수준에서는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고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도 MSG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외국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MSG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1996년 모 회사가 ’뉴면‘을 출시하면서 ‘화학 조미료인 MSG를 넣지 않은 획기적인 웰빙형 프리미엄 라면으로 홍보했다. 뇌세포를 손상하거나 천식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MSG를 넣지 않았다고 광고하자 국내 소비자들의 MSG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강해졌다. 이에 2010년 우리나라 식약처는 MSG를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2013년에 방영되었던 ’먹거리 엑스파일‘에서는 MSG를 마치 독극물처럼 묘사했다. 유명 맛집을 암행 취재한 다음 MSG 사용 여부에 따라 ’착한 음식점‘과 그렇지 않은 음식점으로 소개하여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2018년에는 우리나라 식약처가 MSG의 정식 표기를 ‘화학적 합성품’이 아닌 ‘향미증진제’로 바꾸었다. 이는 ‘화학적 합성품’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의도로 읽힌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찜찜한 마음을 반영하듯 식품회사들도 하얀 결정체의 MSG보다는 각종 식품에서 추출한 추출물 형태(예: 다시다)를 천연 조미료로 홍보하면서 판매하고 있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MSG가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과량 섭취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설탕이나 포화지방산도 그 자체가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과량 섭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국물에 소금과 MSG를 넣으면 나트륨 섭취량이 높아질 수도 있다. MSG도 나트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자는 MSG를 쓰면 음식 맛이 좋아지기 때문에 조리에 소금을 덜 쓰게 되어 나트륨 섭취량을 오히려 낮출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감칠맛이 나는 진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소금으로 음식을 약간 더 짜게 만든 후 여기에 MSG를 추가로 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국물은 될 수 있는 대로 남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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