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폭염 속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년 올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22개 종목의 선수 144명, 지도자 118명 총 262명이 참가하여 금메달 13 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8위에 올라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렸다. 아쉽게도 메달은 따지 못한 선수들이 있지만, 모두가 국가대표 선수로서 국위선양을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에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로 답했다. 이들은 국가대표 선수라는 본분을 지켰다.
올림픽 기간에 우리 정치는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는가.
거대 야당은 민생보다는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특검과 탄핵에 올인하고, 이에 맞서는 여당이나 대통령실은 방어하기에 정신없는 모습이다. 보도에 의하면, 22대 국회 개원 후 두 달 동안 생산적인 활동은 거의 없었는데 약 1,200억 원을 국회 예산으로 집행했다고 한다. 어느 초선의원은 통장에 입금된 국회의원 첫 월급 1,000만 원 가까운 금액을 공개했는데, 일한 것에 합당한 금액인지 아닌지는 평이 없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도 30% 초반에 머물고 있다. 각계각층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과 간담회를 하거나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소통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신선한 정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사법부를 향한 국민들의 시각도 그리 좋지 않다. 나라가 시끄러운 사건에 대한 재판들이 마냥 늦어지고, 양심에 따라가 아니라 눈치 보는 듯한 재판으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두세 사람만 모이면 정치 이야기로 논쟁을 한다. 오죽하면 모임에서 꺼내지 말아야 할 이야기 주제로 종교에 이어 정치를 꼽겠는가.
사마천의 <사기>에 “토붕와해(土崩瓦解)”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흙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깨진다”라는 뜻으로, 흙은 백성이고 기왓장은 왕을 의미한다. 한나라 제7대 황제로 등극한 무제에게 서락이라는 사람이 간언한 말로, 천하의 근심이 토붕(민생)에 있지 와해에 있는 것이 아니며 백성이 곤궁한데 임금이 구휼하지 않고 아래서는 원성이 큰데도 임금이 깨닫지 못하면 큰 근심을 자초해 결국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국가라는 커다란 집의 기왓장, 즉 지붕을 이루는 것은 입법, 사법, 행정부라고 생각한다. 토붕, 즉 백성들이 들고일어난 예로는 노태우의 6.29 선언, 촛불탄핵시위 같은 것이리라. 권력다툼으로 얼룩진 정계와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아니라는 비난을 받는 사법부 그리고 국가의 이익보다 오직 현 정부에 흠을 내서 정권 획득에만 몰입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적으로 더 위험한 것은 토붕보다 와해가 아닐까 한다.
집이 든든하게 그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지붕이 튼튼하고 기둥과 지반이 견고해야만 한다. 지붕의 역할과 땅의 역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내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는 과연 나의 본분을 잘 지키고 있는가. 부끄럽지는 않은가. <저작권자 ⓒ 경기실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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