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시니어 칼럼> 융·건릉의 소나무와 참나무

임병량 시니어 기자

장상옥 | 기사입력 2024/12/07 [22:57]

<시니어 칼럼> 융·건릉의 소나무와 참나무

임병량 시니어 기자

장상옥 | 입력 : 2024/12/07 [22:57]

 

▲ 임병량 기자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는 소나무와 산을 많이 그렸다. 배고픈 시절에는 뒷동산에 올라가 소나무껍질을 벗겨서 허기를 달랬다. 가을에는 도토리를 줍고 소나무를 흔들어 수북이 쌓인 가리 잎을 망태에 담아온 농촌의 일상을 그려본다.

 

도시 생활 반백년을 훌쩍 넘기고 보니 도토리 줍던 가난한 시절이 왜 생각날까. 매일 땔감 하러 다니던 지겨운 나무 길이 둘레 산책길로 바뀌었다. 장수 시대를 맞이한 산책로는 해가 갈수록 환영받고 있다. 숲속의 산책로는 걸을수록 감정이 회복되어 정서적인 안정감이 공통적인 후기 내용이다. 요즘은 치유와 보약의 길이라고 부른 사람에게 한편이 된다.

 

명소로 알려지면 사계절 붐빈다.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융·건릉 산책길이 소문난 나들이 코스다.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붐빈다. 융릉(隆陵)은 조선 후기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인 장조와 어머니 왕비 헌경왕후 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이다. 건릉(健陵)은 정조와 부인 효의 황후 김 씨의 합장 무덤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역사의 현장으로, 특히 학생들의 자연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한 모습도 볼거리다.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다정다감한 가족관계를 보면서 옆 사람도 행복한 미소를 보낸다. 손자의 질문을 들어보니 정조 효심에 관한 내용이다. 효가 무너져 가는 요즈음, ·건릉에서 들을 수 있는 효심이 지역을 벗어나 전국에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이곳 도로 이름이 효행로라고 알려진 것처럼 가정마다 정조의 효행이 회복되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 윤건릉 입구.



 

입구에 역사문화관을 거치면 좌우로 정렬된 소나무가 관광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우측으로 가면 융릉, 좌측으로 가면 건릉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오른쪽 길을 택한다. 왼쪽은 약간 오르막이라 그렇다. 한 바퀴 돌면 약 한 시간이 소요된다. 노약자에게는 안성맞춤 산책길이다. 소나무 군락지로 이어져서 쾌적한 솔향이 온몸을 감싼다. 경관, 피톤치드, 음이온, 새소리가 합쳐져서 절로 평안한 마음이다. 중간쯤 틈새마다 쉼터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덕담을 나눴다.

 

 

지난번에는 단풍길을 걸었지만, 이번에는 낙엽길을 걸었다. 일주일 전에는 단풍이 절정이라고 했는데 참나무는 벌써 옷을 벗어버린 민낯이다. 산책길은 낙엽으로 두꺼운 옷을 입었다. 낙엽을 밟으며 깊은 가을의 정취를 느꼈다. 소나무가 빽빽한 곳에서는 숨바꼭질하듯 모양을 취해 사진에 담았다. 코끝을 스치는 진한 솔향과 나무 사이로 보이는 청명한 가을 하늘은 눈길을 잠시 붙잡았다.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과 산책로는 생명이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 우울증이나 아토피, 다양한 질환자들이 숲을 찾는 이유가 있다. 숲은 심신의 안정과 회복을 돕는 치유의 공간이다. 가슴을 열고 들숨 날숨을 길게 반복한다. 정조의 효심에 깊은 감동을 느끼면서 침묵의 하늘을 우러러 본다.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과 산책로는 생명이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 우울증이나 아토피, 다양한 질환자들이 숲을 찾는 이유가 있다. 숲은 심신의 안정과 회복을 돕는 치유의 공간이다. 가슴을 열고 들숨 날숨을 길게 반복하면서, 정조의 효심을 마음에 담아 침묵의 하늘을 우러러본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