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100세 넘게 사는 것 과연 축복일까?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소사지회 경로부장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6/09 [08:04]

100세 넘게 사는 것 과연 축복일까?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소사지회 경로부장

장상옥 | 입력 : 2023/06/09 [08:04]

▲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소사지회 경로부장   

 

 

 

20233월 현재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어르신들은 약 7,000여 명 이라고 통계청에서 발표하였다. 세계적인 장수국가인 이웃 나라 일본은 2022년에 9만 명, 2023년이면 1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하였다.

 

업무적으로 100세 이상 된 어르신들을 10년 넘게 1년에 20여 명 정도를 뵙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기관에 들어온 100세 어르신들에 드리는 선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다. 요즘 노인들에게 보통 하는 인사말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세요라고 누구나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시간이 갈수록 과연 “100세 넘게 사시는 것이 꼭 행복이고 축복 일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이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세 넘은 어르신들에게는 공통점이 몇 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자식을 먼저 앞세웠다는 아픔이 있었다. 산아제한 이런 것이 없었던 세월에 사신 분들이라 보통 7-8명의 자식들이 기본적으로 있지만 그 중에 어느 자식이든 몇 명은 먼저 부모 곁을 떠났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행복할 수 있을까?

또 하나 보통, 어른이 100세가 되면 자식들의 나이가 보통 70-80이 넘었다. 자식들도 모두 은퇴하고 자기 몸도 거두기 어려운데 어떻게 자식들로부터 효도 받기를 바라겠는가?

 

두 번째는 모두가 다 몸이 아프지만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고 특별한 약도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누워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귀가 들리지 않았고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고 제대로 걷는 분들도 드물었다.

 

세 번째가 거의 가 다 생활이 빈곤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어른들은 대부분 먹고살기 힘든 세대의 사람들이다. 대부분 값싼 요양 시설에 계시거나 집에 누워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국가의 지원으로 요양 보호사들이 통합 돌봄 케어를 한다고는 하지만 질적으로 충분히 보살펴 드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모시고 있거나 요양비용을 부담하는 가족들이 대부분 본인들이 나은 자식들이 아니라 손자, 손부, 조카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부분 지쳐 있었다. 보람 있어 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2010년부터 업무적인 것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어온 금년에 101세를 맞이하신 윤경로 어르신을 옆에서 보필하면서 남의 도움 없이 장수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을 수 있었다. 필자에는 큰 가르침이었다.

우선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를 않았다. 300여평의 유휴지 텃밭을 개간하여 상추, 도마토, 오이, 가을배추 등을 심어 관내의 어려운 시설과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봉사를 20여 년 동안 하셨다. 맨드라미, 채송화 등을 텃밭에 심어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게 하였고 봄에는 500여 개의 작은 화분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손에 들려 보내 지역주민들의 존경을 받게 되고 지역신문 등에 집중적으로 취재의 대상이 되기도 하셨다. 금년에도 성주산 등반길 옆 의 텃밭에서 여름 채소를 정성스럽게 가꾸고 계신다. 늘 베품을 실천하며 사신 분이다. 성격이 상당히 낙천적이고 매사 긍정적이시다. 필요한 말씀 이외는 늘 말씀이 없으셨다. 남을 평가하는 일, 남의 단점 등을 지적하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평생 약을 먹어본 적이 없으시다고 하셨고 지금도 성주산에 오르셔서 냉수마찰과 건포마찰을 하시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프로에 나오실만한 어른이시다. 술과 담배는 애초부터 배우시지 않았다고 하셨고 젊은 시절에는 국토를 종단하는 기차의 기관사를 했다고 하셨다. 92세 때 가나안농군학교를 개교이래 최 고령자로 수료하셨고 지금도 가을 농사가 끝나면 지인들과 여행을 다니신다. 지금도 그 어른 옆에 가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까닭은 늘 겸손하시다. 누구를 만나던지 인사를 먼저 하신다. 그 어른에게서 가식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남들과 얼굴 붉일 만한 일은 해보시지 않으셨다고도 했다.

 

윤경노어르신을 통해 100세 장수시대의 삶에 원만하게 동참하기 위해서는 4가지 장수 리스크(Risk)를 해결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병장수, 무전장수, 무업장수, 독거장수가 그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오히려 비참한 노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도배방지 이미지

시니어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