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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00세 시대 올바른 삶> 유능제강(柔能制剛)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소사지회 경로부장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4/14 [06:21]

<특별기고-100세 시대 올바른 삶> 유능제강(柔能制剛)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소사지회 경로부장

장상옥 | 입력 : 2023/04/14 [06:21]

 

 

▲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소사지회 경로부장     

 

 

 

노자 도덕경에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노자에게 상용선생이란 스승이 계셨다. 이 스승이 나이가 들어 위독하다는 연락을 듣고 노자는 단숨에 달려가 스승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실 것을 청했다. 그러자 상용선생이 갑자기 입을 쩍 벌리며 말했습니다. “입안에 내 이빨이 지금 몇 개가 있느냐?" 입안을 들여다 본 "노자가 한 개도 없습니다." 그러자 “그럼 내 혀는 있느냐?” “예 혀는 그대로 있습니다한참을 눈을 감고 있던 노 스승은 제자를 향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에게 물은 이유를 알겠느냐?” 제자가 말한다.

예 단단한 것이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남는다는 가르침을 주시려는 것이 아닐런지요마지막 가르침을 주신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를 바라보고 하는 말이 그렇다! 세상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느니라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 사자성어로 '유능제강'(柔能制剛)이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칠 때 나무 가지가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것은 딱딱한 소나무나 아까시아나무, 상수리나무가 먼저다. 그런데 비바람에도 멀쩡한 나무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대는 버들 나무등 있다.

 

필자는 그동안 자원봉사와 노인복지의 현장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났다. 물론 대부분 어려운 시절을 겪고 우리나라를 이만큼 살만한 나라로 만들어 놓은 훌륭한 분들이지만 험한 세상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유아독존적이고 고집스러운 어른들도 있었다. 또 대책 없이 거친 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 10수년이 지난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분들도 많이 생겼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르신 한 분이 있다.

 

싸움꾼 할머니도 그런 분들 중의 한 분이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아들 하나를 애지중지 키우는 과정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하신 분이다. 아들을 남편으로 여기고 지극정성을 다한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다닐 때 묻지마 집단폭행을 당해 학교도 가지 않고 대인기피증에 걸려 시달리다가 심한 우울증을 거쳐 정신병으로 정신병원에 격리 되기도하였다. 폭식을 하고 잠만 자는 것이 그 아들의 일상생활이었고 100kg가 넘는 몸으로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할 때는 아무도 그를 제압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설에서도 약만 주고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다고 했다. 탈출하기도 여러 번, 더 이상 맡아줄 수 없다고 하였더란다.

할머니는 노점에서 양말 행상도 하고 미나리깡에서 힘든 일을 하셨다고 했다. 너무 힘이 들어 여러 번 극단적 선택도 시도해 보려 했지만 본인이 죽으면 아들이 살 수 없을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하다 보니 악에 받쳐 세상을 살게 되었다. 누구를 만나도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내는 싸움꾼 할머니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할머니만 보면 피해 다녔다. 필자는 그런 상태에서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연계로 그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필자로서도 도와주어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냥 할머니의 넋두리를 듣다가 같이 열을 내고 같이 훌쩍거리고 집에서 조금씩 준비해간 음식을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기를 몇 개월, 먹을 것이 있으니 할머니의 아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이 먹고 싶으냐? 부터 시작한 그 아들과의 대화는 라디오를 조립해보고 싶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라는 말을 듣고 헌 라디오며 일본어 회화 테이프 등을 열심히 구해서 그 아들과 대화를 조금씩 이어갔다. 절대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런 행동이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며 아들의 상황을 이해하려 애를 썼다,

자네는 마음이 참 따뜻하구나!. 검은 턱수염이 일품이야! 꼭 영화에 나오는 배우 같네!“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고물 라디오를 그냥 만들었다 부수고, 만들었다 부수고 되지 않는 일본어를 큰 소리로 킬킬대며 테이프를 틀어놓고 같이 읽었다. 1년여 만에 그 아들의 얼굴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았다. 까까머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웃음이었다. 필자는 그런 과정에서 그 청년은 나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깨우쳐준 선생님이었다.

사람의 마음 문을 여는 건 관심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걸·······

사람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엄청나게 차거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온기라는 걸·······

 

얼마 후 그 아들이 집을 나가 두 달이 넘도록  들어오지 않았고 할머니는 시름시름 앓게 된다. 후에 복지관 직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멀리 살던 조카딸이 할머니를 모셔갔다고 했다. 얼마 후 할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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