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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0세 시대 올바른 삶> 아주 사소한 것들이 세상을 살맛 나게 한다.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장상옥 | 기사입력 2024/02/29 [08:53]

<기고-100세 시대 올바른 삶> 아주 사소한 것들이 세상을 살맛 나게 한다.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장상옥 | 입력 : 2024/02/29 [08:53]

▲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대부분 셋방부터 시작한 신혼살림은 아련한 추억도 많다. 그 시절 특히 깊은 잠을 자다가 일어나 새벽녘에 연탄불을 가는 것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온 식구가 냉방의 추위에 떨어야 했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에는 왜 그리도 이사를 자주 다녔는지 주민등록등본이 앞장이 이사 다닌 주소들로 가득 차 있곤 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어느 엄청 추운 겨울날 이사를 하는데 그동안 그 집에서 살다가 이사를 간 사람의 작은 배려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훈훈한 사연이 있다. 서로가 누군지 모르지만 새로 이사 올 사람을 위해서 문풍지를 아주 깨끗하게 새것으로 바르고 연탄불을 따뜻하게 피워 놓고 방문 앞에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이사를 간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추운데 이사하시느라 힘드셨죠. 저는 이 집에서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지냈습니다. 이사 오셔서 금방 이용해야 되는 전화 번호입니다. 주인 모두가 친절하고 좋은 분들입니다.

부디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글 밑에 빼곡하게 쌀집, 야채가게, 정육점, 약국, 미용실 등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사 간 사람들이 남겨둔 편지한 통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했던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따뜻하다.

 

배려는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고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각박한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비를 맞고 걷는 사람에게 살며시 다가가 우산을 씌워 주는 일, 길거리에 버려진 위험한 병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는 일, 길을 묻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일, 버스에서 자리 양보하는 일, 양손에 짐을 들고 건물의 출입문이 닫힐까 염려하는 사람을 위해서 잠시 문을 붙잡고 서 있는 일 등, 평상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작고 사소한 일이 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은 희망이 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미국의 한 법정에서 일어나던 일이다.

10세 전 후의 어린아이 하나가 빵집에서 빵을 훔친 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판사가 왜 빵을 훔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어린아이가 이렇게 대답한다. “아버지가 막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시다가 허리를 많이 다쳐 일을하지 못하고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치매로 병을 앓고 계십니다. 너무 배가 고파 그만 잘못인지 알지만 빵을 훔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판사가 눈물을 흘린다. 한참 후 판사는 이렇게 말을하였다.

이 아이가 빠을 훔친 죄는 잘못이 분명히 있습니다. 벌금 5달러에 처합니다.”라고 판결을 하고 자기 주머니에서 5달러를 꺼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 어린아이가 배가 고파 빵을 훔칠 때 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만 골라 먹었습니다. 이에 대한 벌금 5달러를 내겠습니다.” 갑자기 방청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 여러분 저와 같이 벌금을 내고 싶은 사람은 이 모자에 벌금을 내십시오.” 순식간에 모자에 돈이 가득하게 쌓였고 한쪽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날 법정에 참석한 방청객 모두는 천국을 경험한 것이다.

 

천국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고 이런 사소한 배려가 세상을 살맛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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