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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올바른 삶>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인정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장상옥 | 기사입력 2024/04/11 [19:52]

<100세 시대 올바른 삶>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인정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장상옥 | 입력 : 2024/04/11 [19:52]

▲ 이병민 사회복지사 노인상담사

 

 

새계적인 장편소설 “대지”로 1938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펄벅여사가 1960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였을 때 이야기다. 그녀가 업무적으로 경주를 방문하였는데 서산에 해가 기울 무렵 어느 늙은 농부가 지게에 볏단을 커다랗게 한 짐 지고 소달구지에도 볏단을 싣고 힘들게 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펄벅여사는 그러한 광경을 처음으로 보는지라 농부에게 이렇게 묻는다. “무겁게 지고 가는 지게의 짐을 소달구지에 실어버리면 힘이 덜 들지 안겠습니까?” 늙은 농부가 말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나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이 소도 새벽에 나와 똑같이 논에 나와 지금까지 일을했는데요! 아무리 미물이라도 나와 똑같이 힘이 들 텐데 무거운 짐을 나누어서 가지고 가야지요.” 당시 우리나라 농촌에서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깊은 감동을 받은 펄벅여사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내가 세상에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어느 글을 통해 이러한 미담을 소개하였다. 이 이방인의 눈에는 누구나 당연하게 소달구지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서 편하게 집으로 향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의 촌부는 소의 짐을 덜어 주려고 자신의 지게에 커다란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집으로 가는 풍경을 보고 따뜻한 마음에 전율을 느꼈다고 술회하였다. 

 

펄벅여사가 늦가을 감나무 꼭대기에 감이 몇 개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에 올라가기 힘들어서 남긴 건가요?”라고 물었는데 그 감나무 주인은 “아닙니다. 추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새들을 위해 남겨두는 날 짐승들의 밥”이라는 설명에 그 이방 여인은 큰 감동을 받았고 주변의 사과나무며 과일나무를 둘러보니 나뭇가지 마다 과일 몇 개씩은 여지없이 달려 있었다. 펄벅여사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이 많은 나라지만 이 감동의 현장을 목격한 하나만으로 “나는 한국에 오기를 잘했다”라는 글을 남겼다. “새들의 밥”을 남겨두는 마음, 기르는 소를 내 몸보다 더 아끼는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 우리 선조들의 인정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사람이 한뿌리임을 알았다. 그래서 봄에 씨앗을 심을 때도 씨를 서너 개씩 넉넉히 뿌리는 이유였다.

 

씨앗 하나는 날아다니는 새에게!!

또 다른 씨앗 하나는 땅속의 벌레에게!

나머지 씨앗 하나는 나에게! 

 

조선 시대 때 세종대왕으로부터 신하들 중에서 가장 신임을 받았고 18년 동안 영의정을 지냈던 황희정승이 길을 가다가 나이든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가지고 밭을 갈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황의정승은 영의정이란 신분을 밝히지 않고 호기심 반 농담 반으로 큰 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누렁이 소와 검은 소 두 마리 중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 그러자 농부가 일손을 멈추고 밭에서 내려와 황희 정승의 귀를 잡고 귓속말로 조심스럽게 ”누렁이 소가 일을 더 잘한다오“ 황의정승은 밭에서 그냥 누렁이 소가 일을 더 잘한다고 말하면 되는데 굳이 힘들게 여기까지 쫓아 내려와서 이야기할 일이 뭐 있겠소?라고 말하자, 그 농부는 ”두 마리 다 똑같이 힘들게 일을 하는데 어느 한쪽이 못한다고 말하면 다른 한쪽이 얼마나 상처를 받겠소! 아무리 짐승이지만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농부의 대답에 크게 깨달을 얻은 황의정승은 이런 일이 있은 후 평생 남의 부족한 점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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